이미 많은 선배, 동료 변호사님, 활동가님들이 법원의 결정을 통한 성별정정 등의 문제점(소위 ‘성확정 수술’을 하였는지 여부를 성별 정정허가의 실질적 요건으로 판단하는 등)을 많이 지적하여 주셨고, 때로는 제도에 대하여 다투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21진정0835800 등)와 법원의 판단(대법원 2006. 6. 22. 202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등) 등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실무적으로는 대법원 예규 ‘성전환자와 성별정정 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 등에서 정하는 내용, 이를테면 인우보증서 및 ‘성확정 수술’ 여부 등을 성별정정 허가를 위한 ‘참고서면 내지는 참고사항’이 아닌, 사실상의 요건으로 삼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신청 실무 과정에서도 위 예규에서 기술하는 서류 등을 구비하고 참고사항 등에 부합하는 요건들을 ‘입증’하기 위한 취지의 신청서를 작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여전히 이렇게까지 지난하고 어려운 것이어야 하는가 싶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리인인 저도 그러한데 당사자는 또 얼마나 더 마음을 졸이게 될까요. 결국 이러한 어려움은 마음을 졸이는 당사자, 그리고 대리인이 종국적으로는 당사자가 특정 사회적 성별의 특질에 부합하는 삶을 명시적으로 구성하였다는 취지로 신청서를 작성할 수 밖에 없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만 같습니다.
그럼에도 위 Y 님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사실 등록된 성별을 바꾸는 것은 다른 이유가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냥 그 자신이 그 자신이기에, 적정하게 바꾸어 주면 족한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성별정정 등의 신청 과정에서는 등록된 성별과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이 다를 경우 발생하였거나 겪었던 여러 문제와 불편함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할 것을 요청합니다. 한편으로는 과연 성별정정 등이 필요한 경우와 비교하였을때 그렇지 아니한 경우, 즉 소위 '시스젠더(cisgender)',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과 지정된 성별이 일치하는 경우 당신이 '시스젠더'임을 입증하거나 소명할 것을 사회적으로 요청받는 상황이 있을까요?
물론 사회적으로 성별 등을 어떻게 획정할 것인지, 어떤 성별을 어떻게 구분하고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가능하면 그 방향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과 혐오에 반하는 방향으로 향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회적 논의와는 별개로 법률상 등록된 성별을 정정하는 과정에서는, 각 당사자 개인이 자신에 대하여 가지는 성별 정체성 등을 우선하여 고려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자신이 어떤 성별로 등록될 것인지의 여부는 결국 "자신답게 살 권리", 곧 "인간답게 살 권리"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