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말을 하는데 왜 이렇게 많은 자격을 요구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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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변론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업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제13조 모든 사람은 자국 내에서 이동 및 거주의 자유의 권리를 누린다. 

제19조 모든 사람은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 제10조도 같은 취지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제14조 “모든 국민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가진다” 

제2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선언과 우리 헌법에는 분명히 ‘모든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삶 속에서, 거리에서, 이 법정에서 

장애당사자인 피고인이 이 ‘모든’ '사람'에 포함되는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건복지부 2014년 장애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구 중 약 5%(20명 중 1명)에 이르는 사람이 등록된 장애인이라고 합니다.

이 장애인 중 사고 질병 등 후천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장애 비율이 88.9%입니다.
이 말은 곧 우리들 중 20명 중 1명 꼴로 장애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거리를 나가보십시오. 그 정도의 비율로 장애당사자를 만날 수 있는가요?

우리나라도 비준동의한 장애인권리협약 전문에서는 장애를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장애는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개념이다. 장애란, 손상을 지닌 개인이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동등한 입장에서
완전하고도 효과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막는 태도들과
환경적인 상호 영향에서 유발되는 것임을 (당사국은) 인정한다.“

장애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개념이고 사회적인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정의 규정입니다.

'사회적 개념'... 이 간단한 말에 얼마나 많은 장애당사자들의 사정이 담겨 있는지요.

저희 친정 어머니는 3년 전 뇌출혈로 뇌병변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친정 엄마는 경사로가 갖추어지지 않는 옛날 아파트에 사시는데, 

1층 현관의 계단 6개를 혼자 내려갈 수가 없어 12층 아파트에 사실상 갇혀 지내십니다. 

주말에 기분 전환삼아 식당에 가려해도 휠체어나 보조도구를 끄는 엄마의 모습을 호기심 어리게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불편하여 

이제는 식당도 가지 않으시려고 합니다.

활발하고 사교적이었던 엄마는 이제 집에서 조용히 누군가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사실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장애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개념이고, 사회적인 개념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피고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가능했던 20대의 피고인은 하루 아침에 척수 장애로 모든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피고인을 비롯한 장애당사자들은

세계인권선언과 헌법에서 규정한 이동의 자유, 인간으로서 존엄하고 가치있게 대우 받을 권리, 행복추구권 등 

비장애인들이 공기와 물처럼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들을

사회의 구조적 차별로 말미암아 사실상 박탈 당합니다.

이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장애당사자들이 할 수 있 것이라고는 단지 ‘말’을 하여 알리는 것 뿐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근본은,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구성원이 그 누구라도 그들의 다양한 존재와 목소리를 존중하고 듣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그들의 말이 말로서 제대로 들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이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신고 요건 모두 갖추어서 신고하고 말(집회)하면 되지 않느냐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증거기록에서 보다 시피, 피고인과 같은 장애당사자들이 무언가 말을 하기 위해서 신고를 하면 정보동향이라는 미명하에 수사기관과 당국에서 계속하여 감시를 당하거나,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신고가 반려되어 불법집회가 됩니다. 

그렇게 해서 불법 집회라고 이름지어져 받게 된 벌금액의 합산이 2억이 넘고, 활동가들은 이 벌금을 내기 위해 별도로 모금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실정에서 피고인을 비롯한 시민들에게 어떻게 ‘말’할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집회에 대한 사전허가제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지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왜 이렇게 많은 자격을 요구하고, 자격이 없다고 멸시를 받아야 하는지요. 

말이 말로서 들리기 위해 왜 한쪽에게만 이렇게 많은 자격을 요구하는 것인가요

미신고집회를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가 있는 국가가 스스로 피고인과 같은 이들이 말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고, 

동시에 제도라는 명목으로 그들의 말이 말이 아니게 만들어버립니다.

피고인과 같은 장애 당사자의 말이 외마디 외침이 아닌 말로서 정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면서 변론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