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승소인데 당사자도 갸웃, 일부승소이지만 당사자가 힐링되는 판결. 이유는? [승리소식] 프리랜서 AD 근로자-퇴직금청구소송 항소심
(힐링되는 판결문)
Wit.ness Weaver 이소아 |
당사자는 지역의 모 방송국 보도국에서 프리랜서 AD로서 5년 넘게 일해왔던 분입니다. 일을 잘해서 사진처럼 공로상을 받기도 하였지요. 많은 방송국들이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채용하여 근로계약서 없이, 아니면 그냥 위임계약서/도급계약서를 작성하게 하여 일을 시킵니다. 근로계약이 되면 4대보험도 들어야 하고, 퇴직금도 적립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해고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업무의 종속성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에도 그 지위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서라도 일을 해야 하는 방송국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중에는 짤릴까봐 문제제기를 할 수 없고, 결국 떠날 때에서야 혹은 떠날 결심을 하고 나서야 근로자성을 인정해달라는 주장을 할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동행은 뾰족한 송곳이 되어 주신 당사자분을 2020. 3. 처음 만났고 2020. 4. 하순 노동청 고소 및 민사소송(퇴직금청구)을 시작하였습니다. 형사 고소(근로기준법위반) 사건에 관하여, 광주지방검찰청은 여러가지 증거자료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처분을 내렸습니다. 반면 소제기로부터 3년이 지난 지난 2023. 6. 13. 광주지방법원에서는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퇴직금청구금액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었지요(광주지방법원2020가소527482). 3년만의 결과이기도 하고 전부승소이기도 하여서 당시 뛸 듯이 기뻤는데, 피고 측이 이유가 설시되어 있지 않다며 곧바로 항소를 하는 바람에 답답하기도 하였었습니다. |
2024. 5. 17. 광주지방법원 제5민사부는 다시 승소 취지의 원고일부승 판결을 내렸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3나80028, 재판장 박병태, 주심판사 이화진). 이번에는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구체적인 이유가 설시된 판결이었고, 퇴직금이 조금 깎여서 걱정이 되었지만, 오히려 당사자 분은 판결문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고 기뻐하셨습니다. 그렇죠. 이 사건은 사실 돈이 목적은 아니거든요. 당사자 분은,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이름을 밝히기 어렵고 언론에 인터뷰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같은 상황에 있는 프리랜서 AD, FD, 작가, VJ 등 전 동료들을 위하여 꼭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고 늘 말씀해오셨었습니다.
다음은 판결문의 일부를 캡쳐한 사진과, 주요 설시 이유 입니다. 혹시 동종 업계에 계시며 같은 싸움을 하고 계시는 분들께서는 널리널리 이용하시기를 바라며, 이번 승리 소식을 마칩니다. |
"원고는 피고 방송국의 방송 프로그램 조연출(AD) 또는 진행요원(FD)으로 일하였는데, 수행한 업무는 프로그램 영상 제작, 편집 및 등록, 스튜디오 사전녹화 또는 생방송 현장 진행, 스튜디오와 부조정실 상황 전달, 프로그램 게스트 안내 및 방송 준비, 스튜디오 세트 조정, 자막방송을 위한 영상 전달 등으로서 이러한 업무 내용은 피고 방송국이 정한 것이고, 위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당연히 피고 방송국이 정한 일정에 구속될 수 밖에 없었으며, 원고에게 위 일정 또는 업무에 관한 조정 권한은 전혀 부여되지 아니하였다.
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은 여러 단계의 제작 및 협업을 거쳐 피고 방송국의 기획의도에 맞춘 수정과 보완이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 그 과정에서 피고 방송국의 개입과 관여가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피고 방송국에 근무한 프로듀서, 기자 등과의 문자내역 등을 보면, 그 관여정도가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개입으로서 곧바로 원고의 업무를 구속하였다고 보인다.
......
라) 원고는 피고 방송국에 근무하는 동안 피고로부터 원고가 담당한 프로그램별로 정해진 회당 보수를 지급받았는데, 이를 매월 지급받은 총액을 환산하면 특정 기간별로 대체로 비스산 고정적 대가(매달 평균 약 250만원)를 정기적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지급받은 보수의 형태가 고정급의 형태였다고 보이지 않고, 매월 지급받는 보수가 일정하지도 않았으나, 원고의 근무기간, 보수액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지급받은 보수는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서 원고의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보여 임금의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
사) 원고에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일부 사정이 있고, 원고가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아니하였으며,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하여 근로자로 신고되지 않았던 사정 등이 확인되나, 앞서 든 사정들을 고려할 때, 그러한 사유만으로 원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쉽사리 부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8다277570 판결 등 참조)" |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법적인 조력자를 넘어 세상을 향한 첫걸음에 함께하는 ‘동행’이 되고 싶습니다. |
E-mail: companion.lfp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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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된 일러스트는 Lazypink Whale(신주욱)의 작품이며, 일러스트와 로고 저작권은 '동행'에게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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