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겠어? - 기린 3주년 인터뷰
2024-11-29 조회수 195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겠어?

(기린 입사 3주년인지 아닌지 잘 모르는데 아무튼 기념 인터뷰)

인터뷰 제공: 어울리는 사람 기린

진행: 햄쥐

11. 18. 갑작스레 찾아온 한파

그리고 커피에서

~인터뷰 전 가벼운 이야기~

🐹 석현: 음성 메모를 좀 해도 될까요?

🦒 기림: 네, 괜찮습니다. (ㅎㅎ)

🐭 위: 왜 타이핑하지 않고 날로 먹으려고 합니까

🐹 석현: (뜨끔)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Q1. 동행의 대체 불가 인력, 기린!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고뇌의 표정에서 인터뷰 내용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 기림: 사실 원래 저는 인터뷰 질문을 미리 다 생각하고, 써 오는 편이거든요. 근데 요즘은 그렇게 못하고 있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계획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상태..😂

🦒 기림: 그냥 요즘이라고 하면, 예측 못 할 여러 이슈가 있어서 무언가를 계획대로 해나가거나 그러기엔 조금 버거운 상태, 그러나 그것을 반전해 보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태?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 석현: 잘 지내시고 있는 거 맞죠? 뭔가 제가 느끼기엔 아니다에 가까운 것 같아요. (ㅜㅜ..)

🦒 기림: 잘 지내보려고 수단과 방법을 찾는 중!

Q2. 요즘 특히 마음에 드는 무언가가 있나요?

🦒 기림: 요즘은 확 빠져드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막 '되게 좋다! 너무 좋다! 최고 좋다!' 약간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요즘은 '음.. 괜찮네.' 정도?

🦒 기림: 음.. '오늘 칼국수 아주 괜찮았어.' 이런 느낌. 아, 요즘 면 음식을 엄청 많이 먹고 있어요.

🐹 석현: 건강 이슈로 인한.. 면식 수행 중 (타닥타닥)

🐭 위: 건강 이슈는 쓰지 마세요.

🦒 기림: (ㅋㅋ..) 오프 더 레코드가 많네. 아무튼 요즘 칼국수 로드를 잘 밟고 있습니다.

🐹 석현: 혹시 질리지는 않으세요?

🦒 기림: 그러게요. 별로 질리지 않고 잘 먹고 있는 것 같아요.

🦒 기림: 아, 그리고 영화나 책을 좀 보려고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는 괜찮다고 추천받은 작품을 몇 개 보고.. 책도 보고 있고.. 뭐, 아주 좋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Q3. 화학물질 애호가(?)로서, 술과 커피 둘 중에 없다면 더 아쉬울 것 같은 것은?

(기린과 커피, 어쩌면 불가분의 관계일지도?)

🐹 석현: 개인적으로 엄청 궁금했던 것입니다.

🦒 기림: 사실 둘 다 정말 좋아하는데요.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도 괴롭다거나 그렇지는 않거든요. 예를 들어 커피를 못 먹으면 슬프긴 하지만, 커피를 찾아 멀리 원정을 떠나거나 이러지는 않아요.

🦒 기림: 둘 다 없으면 아쉽긴 하겠죠? 그래서 둘 중 굳이 고르자면 커피?

🐹 석현: 정말요? 저는 반대의 것이 나올 줄 알았는데..🤔

🦒 기림: 너무 오래되긴 했지만, 제가 술 없이 잘 살았던 때도 있었어요. 근데 커피 없이는 살아본 기억이 없네요. 커피는 20살 때부터 마셨던 것에 비해, 헤비 드링커가 된 것은 근 3년이기 때문에..

🐹 석현: 헉.. 혹시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 기림: 원인으로 결과를 추론하자면 동행에 오면서부터 그렇게 됐는데, 그렇다고 동행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고.. (🐹 석현: 앗..) 아마도 어떤 변화(이사라던가 뭐 그런)가 있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술은 눈에 안 보이면 안 먹을 것 같아요. 근데 커피는 좀 어려울 것 같네요.

🐹 석현: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시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 기림: 보통 일이라는 게 하기 싫을 때가 있잖아요. 커피를 사러 나가거나 이럴 때 잠깐 쉴 수 있는데, 공식적으로 그런 시간의 확보인 거죠. 또 커피를 안 마시면 일이 잘 안돼.. 그러니까 이게 너~무 맛있어서 먹는다기보다는 그냥 사 먹는 거예요. 습관적으로 찾게 된다 이거죠.

🐭 위: 그리고 왜 또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고집하시는지 질문하십시오.

🐹 석현: 이것도 궁금하긴 했습니다. 어째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것인지?

🦒 기림: 이게 실패할 확률이 낮아요. 예를 들어서 카페 라떼라든지 바닐라 라떼라든지 이런 것들은 그리고 뭐, 스타벅스 시즌 메뉴 이런 거는 실패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이건 어디서나 이 맛이니까

🦒 기림: 솔직히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은 큰 편차가 없다고 생각해요. 사장님한테는 죄송하지만, 컴포즈랑 큰 차이가 없어..

🐭 위: 이건 절대 동의할 수가 없는데

🦒 기림: 그렇긴 하죠. (재빠른 수습) 사실 먹으면 좀 다르긴 한데 그래도 제가 생각할 때 그 맛의 편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아요. 다른 커피나 여기 커피나 저한테는 그냥 커피에요. 그러니까 뭔가 저품질의 캡(하한선)이 있달까? 별로여도 그냥 커피다.

🐹 석현: 알겠습니다. 혹시 그러면 술이 좋은 이유도 조금 이야기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 기림: 술 마시면 신나요. 뭔가 평소에 별로 신날 일이 없잖아요. 그렇지 않나?

🐹 석현: 술 마시고 이후의 행위(노래방을 간다. 라던가)가 즐거우신 건지 아니면 그냥 술 자체로 즐거우신 건지?

🦒 기림: 저도 좀 생각해 봤는데 예를 들어 저희 남편이랑 둘이 앉아서 뭐 예능을 봐요. 그러면 저는 별로 웃지는 않아요. 무언가가 막 웃겨서 웃고 그렇지 않은데, 유일하게 좀 웃고 그럴 때는 술 먹었을 때? 술 먹었을 때는 좀 소리 내서 웃기도 하고.. 약간 찐 웃음? 그리고 약간 이 엔진(사고회로)이 좀 쉬는 느낌도 있습니다. 뭔가 생각을 약간 멈출 수 있는 그런 느낌.

🐹 석현: 혹시 최근에 건강검진 받으셨나요? 큰 이상은 없으셨죠?

🦒 기림: 네, 받았어요. 뭐 큰 이상은 없죠. (ㅎㅎ)

🐹 석현: 다행이네요. 그럼, 앞으로도 커피와 술을 좋아해(?) 주시고 건강 유지하시길!

Q4. 휴가 때 어디로 떠나고 싶나요? 가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 기림: 요즘 특별히 가고 싶은 데는 없고.. 간다면 혼자 어디든 그냥 떠나고 싶다.

이 정도?
🦒 기림: 국내도 좋고 국외도 좋고.. 근데 장소는 크게 상관없을 것 같고, 그냥 혼자 어딘가를 가고 싶다는 생각?
🐹 석현: 최근에 어디 다녀오시지 않으셨나요?
🦒 기림: 제천에 갔다 왔죠.
🐹 석현: 그때 어떠셨나요?

🦒 기림: 재미있었어요. 제가 혼자 다니는 일이 거의 없는데, 처음으로 혼자 다녀왔어요. 그리고 또 운 좋게도 그때 별 이슈가 없었기도 하고, 그리고 전화가 많이 안 왔어요. 사실 가서 꼭 해보고 싶은 일보다도 뭔가 전화가 안 왔으면 좋겠다. 전화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

🐹 석현: 전화 그만!! 왜 이렇게 전화를 하는 건지..😂

🦒 기림: 요새는 진짜 그 콜백(답신)도 좀 힘든 것 같아요. 전에는 그래도 쌓아놨다가 한꺼번에 콜백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좀 힘든 것 같아요. 전화 안 받고 혼자서 맛있는 거 먹고 싶네요.

🐭 위: 뭐가 요즘 맛이 있나요?

🦒 기림: 밀가루 면 밀가루 메밀 막국수 칼국수 (최근 식사 목록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제천 가서 막국수 먹었어요.

🐹 석현: 문득 든 생각인데, 지금까지의 답변을 보니까 휴식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지금 확 듭니다.. 언젠가는 쉴 수 있겠죠?
🦒 기림: 언젠가 오겠죠. 희망을 품고 살아야지.. 어, 이렇게 전화가 지금도 벌써 세 통이나 오고..

🐹 석현: 그렇습니다.😓

🐹 석현: 지금까지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해봤는데, 다음은 좀 일과 관련된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Q5. 동행의 구성원이 된 지 어언 3년이 되어 갑니다. 외부에서 바라본 동행과 내부에서 함께한 동행, 둘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취조하는 중이 아니다. 단지 그렇게 찍혔을 뿐)

🐹 석현: 이전까지 옹호기관에 계시다가, 동행에 합류하게 되신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어떤 차이를 느끼시나요?

🦒 기림: 일단 저의 차이가 있겠죠. 왜냐하면 3년 전에는 어떻게 보면 저는 의뢰인 내지는 연계자 정도의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구성원이니까. 의뢰인의 입장과 구성원의 입장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지금은 어쨌든 구성원으로서 동행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미션에 좀 더 집중되어 있죠.

🦒 기림: 전이나 지금이나 동행의 가치에 대해서는 전부 동의를 하지만, 그전에는 그냥 외부자 입장에서 그러니까 효율적인 자원으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뭔가 사즉생으로 지켜야 하는 조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책임감의 차이? 예전에는 동행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 석현: 그런 책임감이 압박감으로 다가오지는 않으신가요?

🦒 기림: 근데 모든 책임은 그래요. 모든 책임은 그렇고, 그럴 줄 알고 왔으니까 책임을 지려고 왔지, 여기에 와서 여전히 어떤 의뢰인의 태도를 가지고 임할 거였으면 오겠다는 결정을 하지 않았겠죠? 구성원이 되기로 결정했을 때는 당연히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고.. 그렇다고 해서 안 힘든 건 아니지만 제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인 것이죠.

🐹 석현: 정말 큰 결심을 하고.. 이직을..!
🦒 기림: (ㅋㅋ..) 그렇죠. 뭔가 제가 이직이 많았던 편이어서 이직할 때 좀 신중하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 석현: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은!

Q6. 이전 인터뷰에서 염전 노동력 착취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올해 8월이 되어서야 이 사건 1심이 끝났는데, 이에 대한 소회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 기림: 다음 질문은 미리 좀 생각을 해봤는데, 일단 이건 좀 질문이 좀 적절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노동력 착취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과 이 사건 1심이 끝난 것은 전혀 관계가 없어요.

🐹 석현: 무관한가요?

🦒 기림: 네, 관계가 없고 거꾸로 말하면 피고인이 징역 10년을 받든 20년을 받든 염전 노동력 착취 문제가 해결되는 부분은 아니라서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고요.
그래서 구분해서 좀 말해야 될 것 같은데.. 일단 3년이 걸렸잖아요?

🦒 기림: 예상했던 그대로예요. 이렇게 흘러갈 줄 알았고, 이렇게 끝날 줄 알았고.

🦒 기림: 이 사건 결과가 뭔가 저한테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이제 판결문에 일부 좀 좋은 기다렸던 말들이 좀 있었는데

🦒 기림: 그동안 유사한 사건을 엄청 많이 지원하면서 이렇게 장애인들 노동력 착취하는 것에 있어 이분들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이렇게 했다는 것에 좀 감형해 주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었다면, 이 사건 판결문에서는 적어도 그런 게 노동력 착취를 위한 수단이었다는 거를 이렇게 판시해 주었거든요. 어쨌든 그 전체 76페이지의 판결문 중에서 어떻게 보면 저 부분은 '그래도 내가 어느 정도 기여했구나'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건 좀 기쁘게 생각하고 그 외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 기림: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고, 지금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래서 보통 우리가 100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하잖아요. 굉~장히 애를 쓰고 있는데 변화가 없지는 않으니, 멈출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언제 변화가 일어날지 또 예측 가능하지도 않으니까.. 그냥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음.. 말 그대로 그냥 하고 있어요.

🦒 기림: 피해자가 다시 잘 살게 하는 것도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방향이고, 현재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다른 단위의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이 문제 해결의 어떤 방향이고, 염전을 찾아가서 교육하는 것도 어떤 방향이죠.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을 전복할 만한 파워가 있지는 않아요. 이걸 완전히 뒤집을 만한 영향은 아니기 때문에 '완전한 해결까지는 쉽지 않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죠. 그렇다고 해도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멈추기는 쉽지 않다. 이 정도? 이게 잘하면 제일 좋지만, 그냥 하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그냥 하는 것 정도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 석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잘하고 계십니다.👍

🐹 석현: 그래도 변화한다는 느낌을 조금은 받으시나요?

🦒 기림: 꽤 있어요. 염전에서 노무 관리 문제로 연락을 받을 때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신고율이 상당히 증가한 부분도 유의미하다고 보고 있고, 쉼터도 다시 생겼고, 학대 피해 자립 정착금이라는 제도도 마련되어 있고,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고, 그게 긍정적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다만, 우리가 이쪽에서 열심히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도 워낙에 오랫동안 지역에서 이루어졌던 것인 만큼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노력한 만큼의 무언가는 있었답니다.

🐹 석현: 이러다가 세상이 또 바뀌겠죠?

🦒 기림: 그렇죠. 그리고 그런 순간, 그러니까 뭔가 확 전복되는 순간은 제가 가져올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이렇게 하고 있다가 어떤 맞바람을 맞으면 뒤집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기회가 언젠가는 오겠죠. 그때까지 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석현: 좋은 말씀 굉장히 감사합니다.🙏

Q7. 늘 갑작스럽게 생기는 여러 일들에 대해 걱정이 앞서기도, 마음이 졸여지기도 하는데요. 이럴 때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 석현: 이것도 지금까지의 빅-데이터로 예측해 보자면 "그냥 한다." 이런 답변이 나올 것 같네요.

🦒 기림: (ㅋㅋ) 그렇죠. 그냥 하는 거죠.

🦒 기림: 저 스스로를 생각해 보았을 때, 제가 무난한 스타일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강건하게 간다.' 이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비가 와도 🐶짜증 나고, 바람 불어도 🐶짜증 나고 항상 이런데..

🐹 석현: 그럼, 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Problem에 대한 Solving이 아닐지..?

🦒 기림: 근데 어떻게 보면 무난하지 않으면서도 무난해지려고 애쓰는 마음도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불안할 때 불안해하고 짜증 날 때 짜증 내면서 하는 거지, 뭐 다른 방법이 있지는 않죠.
🦒 기림: 뭔가 저는 사람이 잘 안 바뀐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찬가지로 저도 잘 안 바뀌고,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원래 제가 이런 사람인데, 이걸 막 바꾸기 위해서 도를 닦은 뒤, '음, 이제 괜찮아.' 그런 일은 없을 것 같고.. 계속해야되는 입장에서 '그냥 운명이다.' 이렇게 받아들이고 하는 것 같아요.

🦒 기림: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애쓰는 것 같아요. '왜 이럴까? 왜 그럴까?'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우울하잖아요. 결국 생각만 많아지고, 명확한 답을 내주지는 않아요. '왜?'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고요.

🐹 석현: 조금 반성이 됩니다. 저는 항상 '왜? WHY?😡'를 먼저 속에서 외치거든요. '어떻게 해볼까?'와 그다음의 행동이 당사자분들에게 더 필요한 부분이겠죠.

🐹 석현: 뭔가 이 질문은 올해 특히나 다사다난한 일이 있었던 것 같아서 더 궁금했습니다.

🦒 기림: 그냥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뭔가 '험난하구나. 인생이 원래 험난한 거구나. 원래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다.' 이런 거죠.

🐹 석현: (달관의 경지..)

Q8. 동행의 살림을 맡는 사람으로서, 비영리 단체의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동행에게 가장 위급한 사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돈 얘기에 급격히 안색이 어두워진 기린이다.)

🦒 기림: 우선 동행의 살림살이가 매우 어렵죠. 어려워서, 굉장히 마음이 무겁습니다. 일단 아주 가깝게는 지금 있는 돈을 잘 융통해서 매달 월급이 빵꾸 나지 않게 하는.. 또 카드를 긁었을 때 뭔가 잔고 부족이 뜨지 않도록 하는.. 그런 적절한 텐션 관리가 저한테는 이제 하나의 미션이고

🦒 기림: 근데 이거는 어찌 보면 아주 작은 업무고, 크게 보면 사실은 돈을 이제 어디선가 끌어와야 하는데, 그 답을 사실은 찾지는 못했어요.😂

🦒 기림: 후원개발이라는게 여타의 다른 일과는 성격이 많이 달라서, 뭐 제가 2시간 동안 서면을 쓴다하면 10페이지가 나오겠죠. 근데 이건 제가 100시간을 투자해도 10원조차 안 나올 수 있거든요. 그리고 공인된 프로세스가 있어서 이렇게 하면 딱! 된다. 이것도 없어요. 말 그대로.. 답이 없는 영역이다.
🦒 기림: 어쩌면 기우제 같은 거예요. 비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이것도 마찬가지로 구조적 문제 해결하듯이 그냥 무엇이라도 하고 있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안 하면 천 원도 못 얻잖아요. 뭐라도 해야지.

🐹 석현: 사실 이건 저희 모두에게 달린 문제여서..🤔

🦒 기림: 또 이 후원 모집이 개인적으로는 정말 쉽지 않아요. 누구한테 가서 '후원 좀 해 주십시오.' 이야기하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이런 걸 잘하는 사람이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서 잘하긴 하겠냐마는.. 그걸 감안해도 어려운 것 같아요. 성격 자체가 남한테 도움을 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까.. 그래도 하려고 하는 부분이고, 일단은 동행은 빨리빨리 더 많은 후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 기림: 공익 법률단체가 동행도 있고, 다른 여러 단체가 있는데 각자 재정을 부담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 다른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동행은 이제 거의 전면 후원이거든요. 재정을 위한 별도의 영리사업을 하거나 그렇지 않다 보니까.. 근데 이런 방향에 대해서는 구성원들이 "후원을 중심으로 하자."라고 했기 때문에, 결국 그에 맞춰서 후원을 열심히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 석현: 정리하자면 동행 위기론의 핵심은 결국 금전이라는 것이죠. 그러니 어디 여유가 있으신 분이 이걸 보게 된다면 후원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기림: 근데 이걸 보실 분들을 의식해서 좀 이야기를 하자면, 1만 원이 늘어도 사실 엄청 기쁘거든요. 근데 이게 진짜 그래요. 왜냐하면 이게 메일로 날아와요. 근데 그게 하루의 기분을 좋게 만든답니다. 아, 그리고 또 떠나시지 마시고!

🐹 석현: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는데, 다음 질문은..

Q9. 기린의 삶에서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것에 얼마만큼 근접해 있나요?

🐹 석현: 좀 추상적이고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런 거 생각 안 해봤거든요. (인터뷰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MZ 애티튜드)

🦒 기림: 저는 뭐 크진 않고요.🤣 박정표 밀알모밀 먹으면 참 행복하고, 소소하게 술 먹고 노래방 가면 행복하고 뭐, 큰 거는 별로 없어요.

🦒 기림: 그리고 그게 정기적이고 규칙적으로 있는 게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즐거운 일이 1년에 한 번밖에 없다. 그러면 너무 불행할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한 달에 한 네 번 정도 있으면 그래도 견딜 만하다! 이번 주에는 박정표 밀알모밀이 오는 거고, 그다음 주에는 술자리 갖고, 그다음 주에 사우나 가고 놀러 가기 이렇게 그냥 뭔가 재밌는 일이 일주일에 하나씩만 있어도 괜찮다!

🐹 석현: 그런 것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질릴 수도 있거든요.

🦒 기림: 저는 이런 건 되게 많아요. 뭐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근데 이제 뒤의 질문에 답을 하자면 요즘 이런 걸 거의 못하고 있다!

🦒 기림: 원래는 사실 어제도 뭔가를 해보려고 했거든요. 지금 한 3주간 뭐가 없었으니까 '뭐라도 시도하자. 일요일 날 집 밖으로 탈출하자.' 하였지만 이제 탈출이 되지 않는 거죠. 맛있는 거 먹고 좋은 데 가고 해야 되는데 이번 주는 또 못 했다.😭 근데 이런 시기가 있으면 또 언젠가 회복이 되니까, 조금 지나서 다음 주에는 집 청소를 하던지 뭐를 좀 해보려고 해요.

🐹 석현: 그렇군요. 이제 진짜 마지막 질문입니다!

Q10. 인터뷰 소감과 10주년을 앞둔 동행에게 하고 싶은 말

(앞에 사람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실실 웃고 있다.)

🦒 기림: 사실 더 좋을 때, 뭔가 되게 생각이 파릇파릇하고 나한테 무슨 메시지가 있을 때 이걸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약간 지금 시점이 뭔가 마음에 좋은 생각이 별로 없을 때라 좀 아쉽다는 느낌? 다음 인터뷰를 할 때는 생각이 좀 더 파릇파릇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 석현: 근데 저는 인터뷰가 드라이한 맛이 있어야 좀 더 진정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기림: 그렇긴 한데 보시는 분들이 너무 무겁게 느끼시진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늘 이렇지 않다는 걸 꼭 강조해 주시고요.

🦒 기림: 첫 인터뷰도 여기서 했었거든요. 입사하고 바로 김수아 변호사님이랑. 뭐 누가 보기에는 짧다면 짧은 시간이긴 한데, 음.. '3년을 잘 다녔다. 잘 버텼다. 이후에도 그러고 싶다.' 정도?

🐹 석현: 그러고 싶다?

🦒 기림: 네, 장담할 수 있어요. 근데 이러고 내일 도망갈 수도 있어. (헉..) 하지만 더 다니고 싶다. 마음은 오래 다니고 싶다. 가급적이면.
🦒 기림: 뭔가 5주년 인터뷰 때는 훨씬 더 따뜻한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10주년을 앞둔 동행에게 싶은 말, 이런 게 예를 들어서 의뢰인 입장에서는 되게 편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예요. "동행 축하합니다. 파이팅! 영원하세요~" 근데 이제 난 구성원이잖아. 그러면 내가 나한테 뭐라고 말해야 되냐면 "더 빡세게 일해라, 곧 10주년을 앞두고 있으니까"

🐹 석현: 굳이 본인한테 채찍질하지 않아도 다른 구성원한테 채찍질을 돌릴 수도 있지 않나요?🥕

🦒 기림: (ㅋㅋ) 근데 이게 우리가 구성원 수가 많지 않으니까 더 그럴 것 같은데 사실은 저는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각자 다 자기가 짊어진 무게가 지금 있는 상태라서 우리가 서로한테 제일 잘해주는 방법은 이거를 나누지 않는 거죠. 전가하지 않는 거야. 만약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그런 식으로 서로를 대하면 아마 금방 와해 될걸요.

🦒 기림: "나 너무 힘든데, 이것 좀 해줘" 이렇게 했다고 쳐. 한 번이야 가능하지, 그러지 않는 게 어떻게 보면 서로를 위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그래도 또 누군가가 무언갈 나한테 나눠주면 내가 또 같이 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죠. 저만 이렇겠어요. 다들 제 마음이 무겁고 어렵고 할 텐데, 그래도 같이 으쌰으쌰 잘 해봅시다!

🦒 기림: 그리고 개인적으로 몇 주년 세레머니 이런 거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몇 주년 이런 세레머니가 그렇게 필요한가 싶어요. 솔직히 제 인생에서의 세레머니는 오직 내 생일일 수밖에 없어요. (단호)

🐹 석현: 확실히 생일잔치를 성대하게 하긴 하시죠.

🦒 기림: 생일잔치는 좀 특별한 의미가 있고ㅋ🤣 근데 3주년, 5주년, 10주년.. 사실 11주년도 그거고, 12주년도 똑같이 그건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음)

🦒 기림: 그러니까 제가 조금 근시안적인 사람이라 그런가 봐요. 몇 년 뒤에 일, 내년에 있을 것들 그것보다는 그냥 오늘 해야 하는 일이 뭔가 더 급한 느낌. 그래서 10주년이라고 하니까 뭔가 지금 있는 일을 더 잘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이대로 쭉 잘해서 10주년 무사히 땅 밟고 또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우리 구성원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테고요.

🐹 석현: 고무적인 한마디네요.👏👏

~인터뷰 끝! OFF THE RECORD~

🦒 기림: 근데 첫 번째 인터뷰 보셨어요? 그때는 질문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해서 통과가 될까요?

🐹 석현: 네, 괜찮을 것 같아요. 여기서 추가 질문을 하면 굉장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게 돼서 소주가 좋나요? 맥주가 좋나요? 이런 게 나와버릴지도?

🦒 기림: 어.. 그러면 섞어 먹는다?😄

🐹 석현: 어쨌든 이렇게 인터뷰를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며..

🦒 기림: 질문을 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석현: 또 사실 그렇게 원하시지는 않았는데 압박을 넣어서 죄송하며..

🦒 기림: 그러니까요. 근데 어떻게 또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겠어요?

🐹 석현: 사실 이게 오늘의 인터뷰의 핵심이 아닌가 싶네요.
🦒 기림: 저는 요즘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겠어?

🐹 석현: (ㅋㅋ) 이걸 제목으로 해야겠네요. 그러면 이제 진짜 끝! 고생하셨습니다.
🦒 기림: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