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것 같은 법원의 시간 속에서, 그래도 또박또박!(동행 일일 인턴 소개)
2024-02-27      조회수 497
멈춘 것 같은 법원의 시간 속에서, 그래도 또박또박!(동행 일일 인턴 소개)


활동가 이기림 & 일일 인턴 박영근


 안녕하세요, 동행의 기린! 이기림 활동가입니다. 오늘은 어쩌면 제가 꽤 집중하여 동행하고 있는 어떤 분을 자랑하고 싶어 글을 적어 내려가 봅니다. 소개할 분은 제가 2021년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퇴사하고, 어쩌면 지금의 활동가 기린이 되게 한 가장 큰 사건이었던 2021년 염전 내 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을 용기 있게 처음 사회에 고발한 분이시자, 지금은 멋지게 자립생활을 하고 계신 박영근 님이십니다.(당사자의 적극적 동의를 얻어 실명을 공개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연이 닿지 않아 조력이 어렵던 지난 2년을 거슬러 작년 6월부터는 동행의 손을 단단히 잡고 자립 주택 입주부터 직업훈련, 금전 관리 훈련 등을 지속해 나가며 차츰 더 단단히 사회 속에 발을 내딛고 계신 중에 오늘은 영근 님이 처음으로 동행 사무실에 일일 인턴으로 방문해 주셨습니다!

 

 사실 지난주 영근 님은 4개월간의 직업훈련 과정을 성실히 보내던 중 처음으로 면접을 보게 되었고, 아쉽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어려운 자립 준비 과정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묵묵히 견뎌오셨던 분이라 이번에도 덤덤히 견뎌주실 줄로 알았지만, 역시 탈락은 쓰라린 경험이었던지 전에 없이 풀죽은 모습과 더불어 자존감에도 큰 타격을 받으신 듯 해 보였답니다.

 

 뭣보다 면접에 합격하면 활동가에게 꼭 밥 한 끼 사겠다며 호탕하게 하신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시는 것 같아, 오늘은 기린 활동가가 영근 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사무실의 서류 정리와 더불어, 간략한 소감문 작성을 위한 일일 인턴을 제안한 것이지요! 때론 어떠한 위로보다 자기효능감을 회복할 기회가 더 필요하지 않으리란 판단에서였습니다.

 영근 님은 게으른 기린 활동가가 가득 쌓아 둔 각종 문서를 말끔히 파쇄해 주셨고, 오후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무려 네 시간 동안 아래 뉴스레터 원고를 써내고 나서야 “이 정도면 됐지요?” 하시고는 홀연히 직업능력개발원으로 복귀하셨답니다. 물론 그 뒷모습은 면접 전처럼 이내 당당하고 단단해 보였고요.


 그런 영근 님을 바라보는 제 마음에도 작은 뭉클함이 일었습니다. 만 56세에 어쩌면 제대로 처음 세상과 만나 컴퓨터 사용법부터 버스 타기, 건강 관리하기, 면접 보기 등등 미뤄뒀던 삶의 당연한 장면과 과정을 뒤늦게 경험해 나가는 이 존재 자체가 그 어떤 승소보다 위대하다는 기분을 다시금 느끼며, 이 과정을 포기하지 않는 당사자의 의지에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영근 님은 컴퓨터를 배우신지 이제 4개월 차가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컴퓨터를 켜고 작성된 문서를 옮겨 적는 정도의 작업까지만 해 보았던 터라, 마음속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은 오늘이 첫 경험이지요. 장애로 인하여 맞춤법이나 맥락은 다소 어색하고 부족할 수 있지만, 영근 님의 첫 번째 이야기 속에 담긴 단단하고 튼튼한 용기와 저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어 윤문 없이 그대로 전달해 드려보고자 합니다.

 

 아울러 다음 달이면 염전 장애인 노동력착취 사건이 기소된 지 무려 2년 4개월을 맞게 됩니다. 1심 재판의 선고를 기다리면서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무던히 애써온 2년 4개월이기도 합니다. 변론 종결을 위해 영근님의 두 번째 이야기는 “재판부에 보내는 편지”가 될 것 같습니다.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써내려 가는 당사자의 목소리가 재판부에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동행은 지금처럼 늘 당사자와 함께 동행하겠습니다.

동행 회원에게 전하는 편지_작성자: 박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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