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염전 노예 피해자의 자립마저 가로막은 헌법재판소의 반인권적 합헌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2026-10-26      조회수 19
[성명서] 염전 노예 피해자의 자립마저 가로막은 헌법재판소의 반인권적 합헌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 17년간 착취당한 김용기 님의 삶을 외면한

헌재와 정부의 ‘단서 조항 꼼수 개정’을 비판하며 -

헌법재판소는 지난 목요일(2026. 10. 22.)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주심 재판관 김상환, 사건번호 2025헌가7). 이 결정으로 국가의 보호 밖에서 고통 받다가 자신의 책임도 아닌 사유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고령 장애인들이 동료 시민으로 인간답게 살고자 한 당사자의 자립의 길을 인권의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그 길을 막아버렸다.
 
이번 결정은 65세 미만일 때 국가의 안내 부족이나 불가항력적인 사정으로 제도를 이용하지 못했던 장애인(이하 접근성 부재 집단)의 65세 이후 신규 신청 자격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현행법 체계를 정당화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법리적·인권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1. 자립 지원의 필요성이 더 절실한 집단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원칙을 위배했다.
당사자 김용기 님은 지적장애인으로,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전남의 한 섬 염전에서 '김객기'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당사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65세 미만일 때 활동지원제도 자체를 신청할 수 없던 당사자가 뒤늦게 구조되어 이제야 지역사회에 자립해 인간답게 살아보려하는 상황이다.
 
김용기님과 같이 65세 미만일 때부터 장애가 있었으나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하여 활동지원제도에 접근하지 못하였다가 65세 이상의 노인이 된 사람’(이하 ‘접근성 부재 집단’)은 기존 수급자 집단과 비교할 때 자립생활 지원의 필요성이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절실하다. 기존 수급자들은 과거 급여를 통해 일정 수준의 자립 기반을 유지해 온 반면, 김용기 님과 같은 접근성 부재 집단은 국가의 보호 공백 속에서 이미 심각한 인권 침해와 삶의 궤멸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정이 더 취약한 집단에게 최소한의 소명 기회나 수급자격 심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다른 보충적 대안 없이 ‘신청자격’ 자체를 박탈하여 진입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명백한 차별이다.
 
2. 위헌적 본문은 방치한 채 단서 조항만 소극적으로 개정해 온 정부의 기만적 입법 태도를 지적한다.
정부와 국회는 2020. 12. 이미 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제2호 ‘본문’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그런데 65세 이상 장애인의 신규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 ‘본문’의 위헌성 소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았다. 대신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기존 수급자 중 일부 예외만을 구제하는 ‘단서 조항’을 미세하게 수정하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이러한 ‘땜질식 입법’은 복지 사각지대를 고착화하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며, 헌법재판소는 이번 합헌 결정을 통해 정부의 이러한 소극적 입법 행태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3. 재정 부담 논리를 앞세워 실질적 생존권을 제약했다.
다수의견과 정부는 신청 자격 확대에 따른 국가 재정상 부담을 합헌의 주요 근거로 꼽았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지적하듯, 강제노동이나 시설 거주 등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이들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신청 자격을 부여한다면 재정적 부담은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 또한 활동지원급여와 노인장기요양급여는 월 한도액(최고 약 829만 원 대 251만 원)과 사회활동 지원 여부 등 서비스 내용 면에서 격차가 막대하므로, 대안 제도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본질적 권리를 제약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

사법부를 통한 권리 구제가 좌절된 지금, 인권의 최후 보루를 구축해야 할 책임은 다시 국회와 정부에게 넘어왔다. 정부와 국회는 소극적인 단서 개정 뒤에 숨지 말고, 국가의 사각지대 방치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고령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호 본문을 즉각 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10월 26일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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