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故 이대원 님의 동생 이승원 님의 발언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우리 가족은 너무 오래 참았습니다. 우리 형은 연구를 하러 학교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연구실이 아니라, 지옥이었습니다. 형은 하루 종일 교수와 연구교수(박사) 일을 대신했고,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려면 허락을 받아야 했습니다. 대학원생이 아니라, 노예였습니다. 교수와 박사는 형을 학생으로도, 사람으로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형은 인건비 항목이었고, 부려 먹기 편한 존재였습니다.
머리가 좋다는 사람들이, 자신들도 그 길을 거쳐왔다는 사람들이, 부당한 일을 시키면서, 그것이 잘못되었단 걸 모를 리가 없으면서, 그렇게 사람을 부숴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형은 '연구실의 모든 일이 내 일인가 보다' 하며 자신을 세뇌당했습니다.
형이 떠난 뒤, 우리 가족은 형이 했던 일을 자세히 알아보며 형이 천천히 무너져간 과정을 보았습니다. 두 사람이 시킨 일을 자신의 의무라 믿게 된 모습이었습니다. 연구실의 부당함을 말하지 못하고, 가족에게조차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끝내 그 무게를 혼자 짊어지고, 교수와 박사가 만든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우리 형은, 연구실의 잡일을 모두 떠맡으면서, 교수 박사가 당근 마켓에 좋은 게 올라왔다고 형에게 가서 사 오라고 한다거나 박사가 현금이 필요할 때 자기 통장에서 뽑아서 가져다준다거나, 주차장 차에 있는 교수에게 커피를 내려가야 했고 죽는 그날까지 연구실 회식비 영수증을 고치려 식당을 찾아가 다시 결제해야 했습니다.
형이 남긴 글에는 분노와 함께 책임감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이권과 업무만을 위해 중간에서 나를 계속 잡아당기기만 하는 교수와 박사, 남들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행 능력이 낮은 나 자신, 나는 항상 남 눈치만 보며 힘든 점이 있어도 에둘러 표현할 뿐 정확히 거절해 본 적이 없다는 것, 이런 날 보며 핑계다, 더 열심히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다그치는 작금의 행태에 질려버렸다. 교수, 박사 너희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했냐, 너희가 사람 한 명 죽이는 거다.'
이것을 기숙사 옥상에서 형이 카카오톡 메신저에 마지막으로 남기고 갔습니다. 우리가 산업재해 신청을 하려는 것은 떼를 쓰기 위함이 아닙니다. 정말 억지를 부린다고 해도 교수와 박사는 형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는 형이 죽은 게 아닌 저들이 죽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신청을 통해 얻는 것을 생각하기보다 남기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더 이상 학생의 졸업과 생활비, 장래를 한 손에 쥔 교수나 실권자가 양반이 종놈 부리듯 대학원생을 지배하는 구조, 관행이 사라지는 겁니다. 사람이 좀 사람답게 살 권리를 되찾으려는 겁니다.
교수, 박사가 법의 심판을 받고 학교가 책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이 형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할 겁니다. 산재, 형사, 민사, 징계 모든 절차를 통해 이 잘못을 세상에 새길 겁니다. 그래야 다음 누군가가 이런 죽음을 겪지 않으니까요. 우리 형은 그렇게 사라졌지만, 형의 이름은 이제 우리가 함께 기억할 것입니다.
이 자리에 서서 다시 묻습니다. 왜 사람을 그렇게까지 몰아붙였습니까? 왜 그 많은 어른들 중 단 한 명도 멈춰 세우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끝까지 묻고, 끝까지 밝히겠습니다. 우리 형은 더 이상 말할 수 없지만, 이제는 우리가 대신 말합니다. 형이 통화에 교수에게 하고 싶다고 한 말이 있었습니다. "제발 어른이 되십시오." 사람은 그렇게 다뤄져선 안 된다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