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시민 여러분, 저는 지난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참사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을 한꺼번에 잃은 유가족협의회 대표 김유진입니다.
그날 이후, 제 세상은 무너졌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웃던 식탁,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건네던 짧은 전화 한 통, 그 모든 평범했던 순간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저는 매일같이 묻습니다.
"그날, 왜… 왜 아무도 우리 가족을 지켜주지 않았나요?" 우리는 그저 평범하게 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서로를 사랑했고, 고맙다고 말하며 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국가는 그 사랑을 한순간에 빼앗아 갔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사과조차 듣지 못했습니다. 가족을 잃은 뒤 우리는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이, 이태원의 별들이, 세월호의 아이들이, 다시 이런 죽음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이 고통은 누구보다 '사랑했기에' 생긴 상처입니다.
너무 사랑했기에, 너무 보고 싶기에, 오늘도 우리는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우리의 가슴이 찢기는 이유는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왜 떠나야 했는지, 누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 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오늘 우리가 함께 부르는 이름들은 결코 숫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고, 형제자매이고, 부모였습니다. 사랑을 주고받던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잊지 말아주세요. 이 싸움은 슬픔이 아니라, 사랑의 연장선입니다. 우리는 가족을 잃고도,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진실을 찾고, 정의를 외치며, 이렇게 살아내고 있습니다. 이태원의 별들과, 무안의 희생자들과,
모든 참사의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은 세상'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끝까지 함께해 주십시오.
우리가 잃은 것은 단지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 국가의 신뢰이고, 인간의 존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것을 되찾기 위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려 합니다. 별이 된 가족들에게 약속합니다. 우리는 절대 멈추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의 이름을 부르며,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