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지원이 이렇게나 어려운 것이었다고?
(이제서야 실감한다..!)
편집자 햄쥐 |
햄쥐🐹: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6. 13. 금요일..🌧️ 이날은 목포에서 재판 두 건과 고용복지센터에서 이주노동자와 면담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소화 님과 일찍이 목포로 이동하였습니다. |
햄쥐🐹: 식사 이후, 법원으로 이동하여 두 형사사건 방청을 하고, (6. 13. 방청일지는 다른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모인 사무실 동료과 간단히 회의한 뒤, 각자 다른 일정을 수행하러 갔습니다.
이후에 저희는 사업장 변경을 원하는 이주노동자분과 목포 고용복지센터에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당사자분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하여, 완도 어느 섬에서 양식업에 종사하고 계셨는데요. 사업장 변경을 원했던 정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 5월 29일: 배를 타고 일을 하다가 양망기(그물을 쉽게 끌어 올릴 수 있도록 돕는 기계입니다.) 기둥에 손을 세게 부딪 심한 타박상이 발생
- 5월 30일: 왼손 약지가 크게 붓고 까맣게 멍듦.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되어 그날을 쉬도록 허락해달라고 요청.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음.
- 5월 31일: 멍과 부기가 빠지지 않았고, 혹시 뼈에 문제가 있을까하여 배를 타고 나가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음.
- 6월 1일: 오전 5시, 사장의 출근하자는 말에 손이 아직 아파 하루 더 쉬게 해달라고 했더니, 사장이 화를 냈고 짐을 챙겨 나가라고 함. 이후 사장은 외국인등록증을 두 쪽으로 잘라 길바닥에 던져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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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쥐🐹: 다음날 당사자분은 고용복지센터에 홀로 방문해 본인이 처한 상황을 전달하였는데요. 담당자는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확인을 한 뒤, 근로계약 해지를 제안하였는데, 사장은 동의하지 않고 이탈 신고를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담당자는 당사자분에게 진료받은 곳에서 진단서를 가져와야 해결(근로계약 해지 및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고 하였고, 이후의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 6월 3일: 5월 31일에 진료받았던 곳에서 진단서를 떼러 갔지만, 의사는 메모할 것이 없다며 거절(...)
- 6월 4일: 다른 병원에 가서 진료와 X-ray 검사를 받고, 진료소견서를 발급받음.
- 6월 5일: 다시 고용복지센터에 방문. 소견서를 제출하였지만 크게 다친 게 아니니 도와줄 수 없다고 함. 또한 사장이 외국인등록증을 자른 것도 증거가 없어 도와줄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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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쥐🐹: 이렇게 당사자가 다시 사업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대리인 선임과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해 고용복지센터에 함께 오게 된 것이지요.
일단 이탈 신고가 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저희가 해야 할 일은 5월 30일과 5월 31일의 진료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다친 이후 초기 진료 기록이 필요하였거든요.
지도와 거리뷰를 보면서 어느 진료소였는지 차근차근 확인해가며.. 어떻게 서류를 받아와야 할지 궁리하였는데, 진료와 관련된 것들은 본인만 받을 수 있는지라, 누군가는 당사자와 꼭 동행하여야 했습니다. 당사자분이 한국어를 거의 할 수 없고, 진료소에 처한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도 해서 말이지요.
그러나..
이 두 진료소는 육지에서 배를 타고 가야하는데, 이 중 한 진료소가 위치한 섬은 배편이 하루에 3개밖에 없을 뿐더러, 배편이 잘 맞물리지 않아 모든 일정을 하루에 소화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육지 A - 섬 B - 섬 C - 섬 B - 섬 C - 육지 A, 배를 4번 타고 차량 이동도 필요한 상황😭)
일단은 이날은 더 무언가를 할 수도 없었고 시간도 많이 늦어졌기 때문에, 이후의 대책은 나중에 논의 하기로 하고 저희는 광주로 돌아갔습니다. |
햄쥐🐹: 그렇게 저는 김수아 변호사님과 같이 진료기록을 떼러 가기로 하였고, 다음날 일정과 동선을 짜던 중에 고용복지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출하였던 진정서대로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맞으니 사업장 이탈신고로 처리하지 않을 것이고, 사업장 변경을 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휴..😌) |
햄쥐🐹: 일단은 당사자분이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갔기에 잘된 것은 맞지만,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누군가의 도움 없이 해결하는 게 가능해?: 혼자서 일을 해결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병원은 진단서 발급도 안 해줘.. 담당자는 소견서 가져와도 못 한다고 해.. 사장은 외국인 등록증을 당사자 본인이 찢었다고 주장하고.. 당사자는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 큰 사고였으면 어떡하려고?: 사업장 변경을 원했던 이유는 안전상의 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이번 사고도 걸린 그물을 풀려고 하다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사장이 양망기의 시동을 켜버려서 생긴 일이었는데, 또 이번이 처음 다친 것도 아니라고 해요.
- 관리의 사각지대?: 행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또한 답답했달까요. 데스크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노동력 송출 및 관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노동자의 실질적인 권익 보호는 미흡하다고 느꼈습니다.
한편으로는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 제도가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라는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례를 마주할 때마다, 우리가 이주민을 이웃으로 맞을 준비가 되어있는 건지 자꾸 의문이 들기도 하고요. |
햄쥐🐹: 통역 앱을 통하여 이야기하다가, 당사자분의 휴대전화에서 어릴 때 한참 하던 축구 게임이 설치되어있는 것을 보았는데요. 그걸 보고는 저와 크게 다를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인데, 왜 이런 곤경에 처해야 했었는지..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시간이 늦어 돌아가야 할 무렵에는 폭우가 쏟아졌는데, 당사자분이 우산을 안 가지고 오셨더라고요. 그래서 우산 가지고 가시라고 건네드렸더니,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시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하나도 괜찮지 않을 비라서 그냥 손에 쥐여 드리고 왔습니다.)
정말 바삐 움직였던 하루였던 만큼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현장에서 무언가를 대응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임을 절감하였고(특히나 이주민 지원은 더더욱), 아직도 알아야 할 것이 산더미 같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비 오는 데 우산이라도 드렸으니, 저도 작은 보탬이 되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사업장에서는 무사히, 그리고 안전하게 일하셨으면 좋을 뿐이네요. |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법적인 조력자를 넘어 세상을 향한 첫걸음에 함께하는 ‘동행’이 되고 싶습니다. |
E-mail: companion.lfp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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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된 일러스트는 Lazypink Whale(신주욱)의 작품이며, 일러스트와 로고 저작권은 '동행'에게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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