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아가며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단어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삶’일 것입니다. 학부 시절 해석학과 생철학을 배운 이래로, ‘삶’이란 것은 저의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자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무언가였습니다. 생동하며 대체 불가능한 삶, 보편의 언어로 환원할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저마다의 색을 가진 각각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큰 보람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것도 법조계라는 곳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여 줄곧 생각해 오던 것은 정말 법을 통해 삶에 다가갈 수 있는지였습니다. 분명 법리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지만, 그렇게 배워온 것이 어떻게 개개인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교과서와 판례를 통해 알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마다의 사실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을 끊임없이 들으면서도, 이 법전과 판례집의 세계에서 삶이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되물었습니다. 아는 것은 조금씩 늘어갔지만,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어떤 법조인이 될 수 있는지, 어떤 법조인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광주라는 먼 곳까지 찾아가게 된 것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2주간 동행에서 실무수습을 하며 마주친 것은 지역 내 소외받는 이들의 삶이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 동안 한정된 면만을 본 것일지라도,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마주하는 삶들은 결코 거시적인 개념으로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과제를 통해, 혹은 재판을 통해 접한 모든 사람은 그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 각각의 고충으로 인하여 법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해결 역시 단순히 법전과 판례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고충을 느끼며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일을 낭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삶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는 듯이, 꼭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만을 볼 수 있지는 않았습니다. 지역사회라는 구조의 난점도 있었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사건의 이면을 접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역 안에서 직접 다가가는 법률 지원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충도, 문제점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지역민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실습을 통하여 느끼게 되었습니다.
동행과의 실무수습은 제가 여태껏 던져오던 질문이 무의미 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준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제가 어떤 법조인이 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이번 실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동행과 함께하며 배운 것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직접 경험한 일들은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법조인으로서 마주하게 되는 어떠한 사건도 그 안에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