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온라인 미술 전시회
2024-09-02      조회수 956
동행 온라인 미술 전시회
(사무실 보유 컬렉션 대공개!!)

편집자 햄쥐
안녕하신가요? 동행 온라인 미술 전시회의 일일 도슨트를 맡게 된 햄쥐입니다.
뜬금없는 전시회? 햄스터 그림 전시회라도 하는 건가 싶겠지만.. 그것은 No..!

오늘 제가 소개할 작품은 바로 이선일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들은 실제로 동행 사무실에서 보유 중이며, 익스트림하게 너저분한 사무실의 분위기를 진중하고도 우아하게 꾸며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요.

언젠가 저희 사무실에 오실 일이 있으시다면, 직접 감상해 보시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겠네요. 일단, 작품 설명에 앞서 작가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선일 작가님에 대해서>
이선일 작가님은 인권 활동가인 동시에, 인권의 가치를 그려내는 미술가입니다. 인권의 가치를 담아내기 위한 작가님의 열의는 화폭을 넘어 사회적 실천으로도 이어지는데요. 인권연구소 '창'의 인권연구 활동가로서, 아픔이 서려있는 역사의 현장이나 노동자와 사회적 소수자의 투쟁 현장에서 함께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오셨습니다.

동행과의 소소한 연도 있습니다.
2018년 인권연구소 창에서 이선일 작가님과 함께 기획한 서울 전시회에 들렀던 소화는 광주에서의 전시회를 제안하였고, 2020년 동행과 함께 「그래도 우리는 연주해야 한다」 전시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당시 전시회의 주된 키워드는 '인권의 가치와 차별'로, 우리의 일상 속에 내재한 혐오와 차별, 그리고 이를 묵인하는 사회의 모습을 차분한 색채로 그려냈습니다.

오늘 소개할 작품들도 이때 전시되었던 작품들입니다. 함께 보시죠!

여보세요?
(Who's there?)
60.6 x 80.3cm / mixed media on wood panel / 2018

인간은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누군가와 의미를 주고받아야 살아갈 수 있다. 의미를 주고받는 대표적 행위가 말하고 들으며 서로에게 반응을 돌려주는 것이다. 이런 행위를 방해하는 것은 심각한 권리 침해가 된다. 사회 속에서 자리한 누군가의 위치와 정체성을 빌미로, 말로써 등장하고 의미를 주고받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특히 그렇다. 말하기는 말을 나에게서 내보내는 것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응답과 나의 재응답, 그 상호작용이 제3자들에게서 일으키는 반향이 일으키는 사건이다. 사건을 무릅쓸 용기로서 말하고 들려질 권리, 상호반응의 책임이 권리의 세계의 초석이다.
- 「인권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 p181.

작품 속 인물 맞은편의 빈 자리와 엎어져 있는 종이컵은 위에서 설명한 '의미를 주고받는 행위'의 부재를 표현하는 듯합니다. 또한 턱을 손으로 괸 채,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인물의 모습은 소통의 결여로 인한 공허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 같네요.


전시회의 주제와 더 연관 지어 감상하면, 어떤 이의 목소리가 존중받고 응답받을 권리와 이러한 권리에 상반되는, 소통의 단절을 유도하는 일상 속의 차별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하게 만듭니다. 결국,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적 관행과 그로 인해 소외되는 목소리를 상기시키며, 모든 개인의 목소리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함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제목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말하기는 단순히 말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과 반응의 연쇄라고 앞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보세요"는 소통의 시작을 알리는 말인 동시에, 상대방의 응답을 기다리는 불확실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보세요'라는 제목은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답답함과 무기력함에 더욱 이입하게 만듭니다.


맞은편의 꽃과 그 꽃을 지나는 선도 눈에 띄는데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연결 혹은 연대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지..?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 이 그림은 엄기호 작가님의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책 표지이기도 합니다.)
관계의 숲을 밝히다
(Lightning up woods of realtionships)
112 x 162cm / mixed media on wood panel / 2018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가 되지 않기 위해 인류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서로에게 존엄성을 부여하고 고유한 존재로 대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고유한 개별자로 존중하는 동시에 서로가 공유하는 세계를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탤 때, 누군가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밝힌 촛불에 나도 촛불을 들어 응답해 줄 때, 무섭고 공격적인 늑대는 우리가 얽혀 살아가는 거대한 숲의 정령으로 탈바꿈해 서로의 촛불을 빛나게 해 줄 것이다.
- 「인권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 p8.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가 된다는 것, 마치 서로를 위협하는, 혐오와 차별이 자행하는 그런 모습을 '늑대'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보라색과 파란색 톤의 숲은 알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복잡하게 얽힌 세상을 의미하는 걸까요? 저는 그렇게 느껴지네요.

다음 눈에 띄는 건, 검은 늑대와 촛불을 들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촛불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채를 이용한 그림 내에서 희망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불러일으켜, 늑대를 위협적인 대상으로 느끼지 않게 되고, 오히려 신비로운 존재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위의 설명에 초점을 맞추면 이 촛불은 우리 각자가 타인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결국, 이 작품은 때로는 위협적으로 보이는 관계들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작은 촛불 하나가 어둠을 밝히듯, 서로의 존엄성과 고유성을 인정하는 노력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동시에 느껴지기도 하네요.


첫 만남에 위압감(?)을 느끼게 했던 이 검은 늑대는,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을 넘어서는 '이해'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준비한 작품은 여기서 끝입니다. 재미있게 보셨나요?

구독자님들은 두 작품을 보며 어떤 느낌을 받으셨을지 궁금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글을 써 볼 테니 기다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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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된 일러스트는 Lazypink Whale(신주욱)의 작품이며, 일러스트와 로고 저작권은 '동행'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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