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이 시작된 이유>
원고 이인숙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으로서 60세가 넘어 지역 사회에 동료 시민으로서 자립을 하게 되었다. 인숙씨를 동료 시민으로 놓치고 싶지 않았던 광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활동가들의 고군분투로 인숙씨는 장애인활동지원법상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발달장애인법상의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여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동료 주민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광산구청 장애인복지 담당 공무원은 2023. 4. 원고 당사자에게 제공 하고 있던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를 65세가 되었다는 이유로 중단하였다. 담당 공무원은 서비스 중단 근거로 보건복지부가 만든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사업안내' 매뉴얼에서 65세 이상의 경우 신청자격을 제한하고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법률 어디에도 주간활동서비스 신청자격을 제한하거나 이를 범위를 정하여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근거 규정이 없다. 시행령, 시행규칙에도 근거가 될만한 규정이 없다. 그래서 동행은 2023. 5. 30. 광주지방법원에 원고 이인숙님을 대리하여 광산구청장을 상대로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서비스중단처분 취소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첫번째 사건 재판 결과>
2024. 2. 8. 광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박상현)는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광주지방법원 2023구합12583)을 내렸고, 아래와 같이 꼼꼼하게 처분이 위법한 이유를 설시하였다.
“발달장애인법령 어디에도 주간활동서비스의 신청자격에 관하여 위임(제한)하는 규정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
…… 이 사건 신청자격 지침은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 없이 주간활동서비스의 신청자격을 정한 것이므로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으로 보아야 한다.
…… 이 사건 신청자격 지침이 65세에 도달한 발달장애인을 일률적으로 주간활동서비스 신청자격자에서 제외하는 것은 발달장애의 특성상 65세 미만 발달장애인과의 불합리한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 이 사건 신청자격 지침을 근거로 주간활동서비스를 제한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이 사건 지침이 상위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으로 보더라도,
…… 모법인 발달장애인법 제29조의2 제1항 및 3항 등에서 규정한 주간활동서비스를 지급받을 수 있는 범위나 내용을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축소하거나 박탈하는 것이므로 위임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
“설령 주간활동서비스 신청자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국가나 지방자체단체의 재정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발달장애인법령에 신청자격에 관한 명시적 근거를 두어 예측가능성과 명확성을 높이고, 행정청이 그 신청자격에 관한 심사기준과 심사방식을 강화하여 불필요한 급여제공을 억제함으로써 해결할 문제이다.”
<승소 판결 이후 : 항소, 추가 소송과 승소, 재판지연>
2024. 3. 초 피고 광산구청장은 원심에서 주장한 똑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항소를 하였다. 그리고 광주광역시는 상급행정기관이라면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보조참가를 신청한 채 1회 변론기일이 다 되도록 아무런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어 결국 5개월만에 잡힌 항소심 1회 기일이 9월로 연기되었다. 광주광역시 북구청을 상대로 한 추가 소송(다른 당사자의 유사 사건)에서 며칠 전인 2024. 6. 말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광주지방법원의 판결(광주지방법원 2023구합15451)이 있었음에도, 승소했다고 내세울 수가 없는 이유다.
이쯤에서 이런 질문이 드는 분도 있을 것이다.
"구청에 중단처분을 취소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소송을 할 수는 없나요?"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바로 매뉴얼 위법 부분을 삭제 개정 하라는 소송을 할 수는 없나요?"
이번 소송에서 서비스 중단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넘어서, 서비스제공명령이 동시에 내려지거나 보건복지부를 피고로 하여 위법한 이 사건 지침을 개정하라는 소송과 판결도 동시에 가능하다면...? 북구에 사는 당사자가 추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되고, 피고 처분청도 소송지연을 함부로 시키는 소송수행을 하지도 않을텐데...
그런데 현재는 이런 소송을 할 수 없다. 이런 소송의 유형을 의무이행소송이라고 하는데, 현재 대한민국의 행정소송법에서는 의무이행소송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무이행소송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이유로 한다. 행정소송법에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자는 논의는 2002년 행정소송법 개정 논의 때부터 계속되었다. 2017년 행정소송법 법무부 개정안이 잠시 논의되기는 하였으나 개정안은 폐기 되었고 아직까지 논의에 부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보장급여, 사회적 기본권 영역에 있어 의무이행이 도입된다면 분쟁의 일회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을 통해 사회적 기본권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재판 청구권 보장에 기여될 것은 자명하다. 이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는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된지 오래이다.
처분성, 의무이행소송, 피고적격, 대상적격, 집행정지 이런 단어들은 당사자들의 삶과는 괴리된 법률용어일 뿐이다. 당사자는 자신들의 구체적인 삶에서 서비스가 중단되고 소송비용과 시간을 들여 소송을 제기하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소심의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들을 감내해야 하는데 말이다. 당사자들의 삶에서 중요한 서비스의 공백없는 실질적 제공, 삶을 중단 당할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권리에 관하여 보편적 인권을 말하는 법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구체적인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을 소송요건(의무이행소송이 행정소송법에 없다는)이라는 도식으로 가로막을 것이 아니라, 소송요건이라는 영역안으로 당사자들의 삶을 끌어들어와야 인권의 보편성이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까?
이런 호소도 법적으로는 그냥 의미없는 '소리'에 불과할까?
이런 호소가 법의 언어가 될 수는 없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피고의 항소취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작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