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오월은 언제나 그렇듯 뜨겁고 또 따뜻합니다. 무등(無等)의 가치 위에 5·18 정신을 바탕으로 여전히 역동하는 광주에서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사회 활동가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제게 더없는 자부심이기도 하고요.
올해도 역시나 봄이 돌아왔습니다. 금남로와 전일빌딩 주변에도 초록이 더 무성해졌고, 구 도청 인근의 밤거리에도 젊은이들의 활기가 더 뜨거워진 것 같다는 전언도 심심찮게 들리는 요즘이지요. 부러 찾기는 어려워도 동행은 최근 자주 금남로 방향으로 점심 행차의 방향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냥 왠지 한 번 더 그쪽 방향으로 걸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월이 여전히 뜨겁게 우리 곁으로 오는 것과 달리 올해는 조금 애석하고 답답한 기분도 함께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5·18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활동 종료에 많은 시민들이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계실 것 같고, 44주년을 맞이하는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이 계승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은 2024년 대한민국의 상황이 또 그러한 것 같습니다.
문득, 1980년 이 거리를 메웠던 사람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1980년 금남로에서 모두가 다 깃발을 들고 피를 흘리지는 않았더라도 무엇이라도 하여야겠다는 마음으로 주먹밥을 나누고 환자를 돌보던 숱한 소시민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며 연대의 정신을 보여준 것처럼, 오늘날 동행도 매 사건 선봉에 서서 변화를 견인하는 일 뿐 아니라 어두운 시대에 소소히 촛불 하나 켜는 일 역시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지난 5월 17일 마침 좋은 기회가 왔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5·18 기념식을 맞아 금남로에서 선전전을 하기로 결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장애 시민을 태우지 않는 열차 앞에서, 하루아침에 잘려버린 중증장애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정부에게서 지독한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을 뜨겁게 환영하는 일이야말로 2024년 44주기를 맞는 5·18 정신을 실천하는 일이 아닐까 했습니다. 마침, 44주기 5·18 기념위에서도 5·18정신 계승을 위해 시민들의 민주 평화 대행진을 기획하고 있다기에 행진하는 시민들에게 장애 차별의 현실을 호소하기에도 좋은 기회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