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 회사 자주 옮겼으니 더는 못 옮겨! 너희나라 가!
2017-11-28      조회수 308

  

  시키는 대로 일만 했는데 우리나라로 가라고?

 

한국에 온 지 6년째. 열심히 일만 했다. 고국에 있는 어머니의 병원비와 처자식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위에도 성실하고 착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오죽했으면 이 분이 곤경에 처하자 주변의 한국인 동료들이 발벗고 나섰겠는가.

 

그는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이 회사는 그가 한국에 재입국한 이후 3번째 회사였다. 그의 근로계약서상 근무지는 A산단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B산단에 있는 원청업체의 사업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는 그런 것 상관없이 일만 했다. 어떡해서든 고국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야 했으니...

 

문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사이가 나빠지면서 시작되었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밀린 대금을 주지 않자, 하청업체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았다(원청업체는 하청업체에서 받을 돈이 있으므로 이를 공제하면 줄 돈이 없다고 주장했다). 원청업체가 계약 문제로 하청업체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하자, 원청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100%였던 하청업체는 일이 없어 휴업할 수밖에 없었다. 그를 포함한 직원들은 한 달 + 11일분의 월급을 받지 못했다. 원청업체는 하청업체 직원들을 자신들이 직접 고용하겠다고 나섰고, 직접고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하청업체 직원들은 하나둘씩 사직서를 내고 원청업체로 옮겼다. 회사가 어렵다고 하여 월급도 밀린 상태고 휴업까지 했으니... 그도 한국인 동료들과 함께 사직서를 냈다. 하청업체가 휴업을 시작한 지 나흘만이었다. 그 후 다른 한국인 직원들은 밀린 월급을 다 받았는데, 외국인인 그는 받지 못했다. 그는 돈을 받기 위해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다.

 

2주쯤 지나서 하청업체는 사직서를 수리하고 그와의 근로계약 해지를 이유로 고용센터에 고용변동신고를 했다. 문제가 터졌다. 이미 회사를 3번 옮겼던 그는 더 이상 임의로 회사를 옮길 수 없었다. 귀국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외국인고용법은 원칙적으로 회사이동(=사업장 변경)3년의 기간 동안 3번까지 가능하다. 예외적으로 휴업, 폐업,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부당한 처우 등등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하여 사회통념상 그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의 사업장 변경은 변경횟수에 포함되지 않아 추가로 가능하다. 그러나 그는 월급을 한 달 + 11일분(휴업수당을 포함해도 2달분이 못 된다) 을 못 받았고, 회사가 휴업을 하여 일을 못하게 되는 등 억울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회사 측 사정으로 인한 사업장 변경은 할 수 없었다. 왜일까? 고용노동부에서 정한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고용노동부고시 제2016-4, 2016.1.20., 일부개정]규정 때문이다.

 

 

임금을 받지 못한 경우, 2개월분 이상의 임금 전부를 받지 못하거나 임금의 30% 이상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등이어야 하는데, 그는 휴업급여를 합친다 해도 못 받은 임금이 2개월분에 약간 못 미쳤다.

 

회사 사정으로 인한 휴업의 경우, 휴업 전 평균임금의 70% 미만을 지급받은 기간이 사업장 변경 신청일 전 1년 동안 2개월 이상인 경우이거나, 휴업 전 평균임금의 90% 미만을 지급받은 기간이 사업장 변경 신청일 전 1년 동안 6개월 이상인 경우 등이어야 하는데, 그는 회사가 휴업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원청업체에서 직접고용한다는 말을 듣고 동료들을 따라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물론 사직서를 내면 사업장 변경횟수 제한에 걸려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 사실을 알았다면, 일을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사직서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웃기지 않은가? 한 달 반치 월급도 못 받고 있는 상태에서 회사가 휴업하자, 여기 남으면 언제 다시 일을 시작할지 몰라서 사직서를 냈는데... 심지어 일하는 장소는 원청업체의 사업장으로 사직서를 내기 전 일했던 곳과 동일하다! 그런데 회사가 근로계약 해지를 이유로 한 고용변동신고를 하자, 사업장 변경횟수를 초과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귀국해야 한다니, 아니면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진정을 하여 감정이 좋을 리 없는,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을지 모르는 그 회사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니...

 

고용센터에서는, 회사가 고용변동 신고사유를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나 권고사직으로 바꾼다면 외국인근로자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한 사업장 변경에 해당되어 그가 계속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회사는 말도 없이 사직서를 내고 자신들과 대립 중인 원청업체로 옮긴 것이기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금체불, 휴업, 허가받은 사업장 외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근무시킨 것, 불법파견 의혹까지... 실상은 온갖 불법을 저지른 회사가 오히려 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그는 어떡해서든 한국에 남아 돈을 벌어야 했고, 회사는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벌금만 좀 내면 되니까.

 

결국 회사에서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나 권고사직으로 고용변동 신고사유를 바꿔주어 그는 무사히 회사를 옮겨 한국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잘못이 없음에도 회사의 선처에 의존해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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